듣기 동사인 listen 은 어떤 동작형태로 이해해야 옳은 것일까. ① I listen at a keyhole. ( 열쇠구멍에 귀를 대고 듣는다 ) ② I listen but hear nothing. ( 귀를 기울여 들었지만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) ① 과 ② 에서 listen 의 동작에 대한 이해가 소리를 듣는 것으로 충분할까. 또 다음 ③ 구문에서의 listen 은 단순히 '들음' 이라는 표현으로 볼 수도 없다. ③ Listen, a year is a very long time. ( 잘 들어, 일 년은 아주 긴 시간이라구 ) ③ 의 표현에서 화자가 들으라고 한 것은 '소리'에 한정되지 않고 들어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또 하나의 의미가 더해져 있음을 알 수 있다. ④ You didn't listen to me, now look at you!     ( 내 말 안 듣더니, 그래 꼴좋다 ) ⑤ I hear you.   ( 듣고 있어요 ) ⑥ I listen to you.   ( 듣고 있어요 ) ④ 에서의 listen 은 단순히 들었다 라는 의미가 아니다. 들은 대로 그 실체를 받아들였음을 담고 있는데 그렇다면 ⑤ 의 hear 는 ⑥ 에 쓰인 listen 동사의 들음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. 여기서는 listen 이 쓰인 구문들의 분석을 통해서 각 구문에서 작용하는 역할기능과 그에 따른 작용개념을 도출해보자.

1. I'm so glad you didn't listen. ( 네가 못 들어서 정말 기쁘다 ) 이 본문의 우리말 해석에 따르면 listen 동사는 듣는 행태의 동작임이 분명하다. 그런데, 만약 소리를 통한 어떤 정보도 you 가 접하지 못했을 경우이면 you 의 듣는 동작은, 전혀 들려오지 않았거나 들으려 하지 않은 두 행태 중 하나였을 것이다. listen 을 선택해 표현한 것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못 들었거나 혹은 들으려 애쓰지 않았을 두 경우 중의 하나일 수 있으므로 hear 의 들음과 비교 변별해 보자. ① Did you listen to her voice?     ( 너 그 여자 목소리 들었어? ) ② Did you hear the voice of your children?     ( 너희 애들 목소리 들었어? ) 듣는 동작 표현 동사가 hear 일 경우 들려와서 듣게 된 타의적 동태이게 된다. 왜냐면, 동사 hear 는 듣는 사람의 의도 없이도 듣게 되는 소리의 들림 동작 표현에 선택되기 때문에 ② 처럼 전치사 to 의 지시가 없어도 hear 의 대상(목적어)이 곧이어 표현될 수 있지만 ① 의 표현에서는, listen 다음에 이 동작을 시도해야 하는 대상으로 지정을 해주는 to 의 개입이 있기 때문에 hear 와 listen 의 '들음' 의 동작 표현은 결코 같을 수가 없다. ② 의 표현에서 동사 hear 는 the voice of children 이 들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들려오기 때문에 듣게 되는 경우의 대상이라서 양쪽의 어휘 사이가 당위적일 필요는 없다. 그러나 ① 의 to 는 역할기능인 당위성 지정, 즉 '그래야 하는 것은 이것이다' 라는 의미로 양쪽 어휘를 연계시키기 때문에 listen 의 동작은, 소리를 의도적으로 들어야 하거나 들으려 하는 동태로 표현되고 있어야 한다. 2. I listen to you. ( 듣고 있어요 ) listen 의 역할기능이 의도적으로 들으려 하는 동작을 드러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면 다음 ① 표현에 대한 우리말 해석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. ① I listen at a keyhole. ( 열쇠구멍에 귀를 대고 듣는다 ) at 은 상대 전치사로 기능한다. 그러므로, at 의 역할기능에 따르면 대상에게로의 의존과 제약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주어의 듣기 동작인 listen 은 a keyhole 에게만 제한되는 귀 기울임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고 그와 같은 귀 기울임의 역할기능은 다음 ② 구문에서 두 듣기 동사를 변별하게 해준다. ② I listen but hear nothing. ( 귀를 기울여 들었지만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) 동사 listen 으로의 들음은 귀를 기울여서 들어보는 의도가 있는 동태이지만 이어진 동사 hear 로의 들음은 들려오기 때문에 듣게 되는 동태 표현이라서 서로는 변별된 동작이 된다. 본문 역시 hear 사용 구문과 비교해 볼 수 있다. ③ I listen to you.   ( 듣고 있어요 ) ④ I hear       you.   ( 듣고 있어요 ) 앞에서의 분석에 따르면 ③ 구문에서의 listen 동작은 to 로 지정된 대상 you 에게 귀 기울여 you 의 소리를 인지하고자 하는 상황이 그려지지만 ④ 구문에서의 hear 동작은 you 의 소리를 들려오는 대로 인지하고 있다는 상황표현이 된다. 그렇다면 listen 동사동작의 역할기능은 귀 기울임으로 충분할까. 3. The first duty of love is to listen. ( 사랑의 첫째 의무는 상대에게 귀 기울이는 것이다 ) 사랑하는 사람에게 귀 기울여준다는 것은 단순히 상대의 소리를 '듣기'만 하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. 상대에게서 비롯되는 소리 실체를 알아듣고 받아들여 공유하는 것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. ① Listen, a year is a very long time.   ( 잘 들어, 일 년은 긴 세월이라네 ) ① 표현에서 listen 의 우리말 해석은 '소리 들음' 에 그치지 않아야 가능한 해석이다. 듣고 수용되는 내용(소리)을 세월이라는 유형의 어떠함(-결코 짧지 않음)으로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있다. 또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아쉬워하는 구문이 다음 ② 이다. ② I'm sorry, I didn't listen to you and married her.   ( 자네 말을 안 듣고 그녀와 결혼한 걸 후회하네 ) ② 에서 의역한 우리말 '후회' 속에는 듣고 받아들이지 않았던 소리 실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. 첫째 you 의 말을 귀담아 들었어야 했고 둘째, 그 내용의 어떠함을 받아들이는 수용이 있었어야 했다는 후회 하는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. 4. He listen to her temptation. ( 그는 그 여자의 유혹에 넘어 갔다 ) '소리실체를 수용하기까지'가 listen 의 역할기능에 따른 작용개념으로 인식해야 함을 잘 보여주는 구문이다. 듣기 동작만으로 listen 을 인지한다면 넘어갔다는 해석 같은 마음 쏠림 현상은 설명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. 어떤 유혹에든지 빠지는 경우라면 귀 기울여 들음과, 그렇게 들은 소리 실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 버리는 현상이 수반되기 마련이다. ① You didn′t listen to me, now look at you! me 가 해줬던 어떤 말을 귀담아 듣지도 수용하지도 않은 결과로 나타난 you 의 꼴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조롱형의 표현에서도 그 같은 역할기능과 작용개념이 잘 녹아 있다. 지금까지의 분석을 보고 도출해 본 작용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. 첫째, listen 은 '들리는' 상태동사가 아니라 '듣는' 동태동사이다. 둘째, listen 의 소리 듣기 표현은 자의적 들음이라서 타의적 들려옴과 변별된다. 셋째, listen 은 귀 기울여 소리의 실체를 수용하기까지의 기능을 하는 동사이다. 역할기능 : 들어-수용 작용개념 : (귀를 기울여서) 소리의 실체를 수용되게 하다